화천 산천어 축제와 얼음왕국 가다

2021. 12. 28. 23:27찍고 즐기고

어릴 때는 겨울이 되면 눈이 오기만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눈이 펑펑 오고 나면 두터운 눈을 뭉쳐서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도 하고 쌀포대로 눈썰매를 타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 눈과 얼음은 피하고
싶어지고 추운 겨울에는 밖에 나가기 보다는
따듯한 집에서 이불 깔고 눕는 것이
더 좋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릴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른이 되니
모든 게 귀찮아서
다시 어릴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귀차니즘의 2020년 1월 겨울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강원도 화천을 가게 되었다.
강원도 화천은 매년 산천어 축제를 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발발되기 전이었어서 활기가 넘쳤었고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들뜨기도 했다.
빙어낚시 한번 안가봤는데 산천어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호기심반으로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산천어 축제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을 때였다.

아이스링크장처럼 넓은 산천어 낚시터가 있고
옆으로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눈썰매장이 있다.
산천어 낚시터에 들어가기전 입구에서
낚시도구를 나눠주며 친절하게 산천어 낚는 법을
설명해준다.
얼음 속 산천어는 자연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잡은 산천어를 마을 주민들이 얼음안 물속으로
계속적으로 넣어주고 있었다.

햇볕에 반짝이는 얼음바닥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것을 보니
잠시나마 눈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꽁꽁 얼은 화천천 얼음바닥은 미끄러웠지만 단단해서
얼음바닥 밑으로 추락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산천어 낚시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파인 얼음 홀 안으로 축제장에서 나눠주신 낚시대를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보통은 기다리기도 전에 산천어가 덥썩 물어 바로 잡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정말 운이 안따르는 사람은 자리를 여러 번 옮겨서야 잡는 경우도 있었다.


산천어는 빙어처럼 작은 물고기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물고기였다.
보통 실력없는 사람도 대여섯 마리씩은 잡아서 축제장을 나가는데 잡은 물고기는 다시 축제장 한켠에 파란 양동이에
놓아주고 나와야 한다
말 그대로 손맛만 보는 축제이고, 낚시 후에는 매점 옆 식당에서 산천어 구이를 맛볼 수 있다.


산천어 축제때는 한국 사람들보다 외국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오죽하면 축제장에 이슬람 기도실과 휴게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을 정도였다.
산천어 낚시후에 맛보는 산천어 구이는 생각보다 비리지 않고 연하니 맛이 좋았다.
다만 산천어가 가시가 많아서 발라 먹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보통 산천어 구이 한 마리당 3000원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서 한번 정도는 맛보고 가면 좋다.


산천어 축제도 축제이지만 사실 이맘때가 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따로 있다.
축제장 5분 거리에 산천어 시네마가 있는데 그곳에서 했던 얼음 축제는 정말 최고였다.


산천어 시네마가 커봐야 얼마나 클까 싶었고,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 최고였다.
얼음 조각 축제중에서는 역대급으로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시네마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게 요 캐릭터들인데 모두 다 얼음으로 조각된 캐릭인형들이었다.


얼음으로 어찌나 정교하고 예쁜 색을 넣어서 만들었던지 볼 때마다 감탄스러웠다.
관람했던 외국인들도 어메이징을 연신 말할 정도였다.


얼음으로 만든 문으로 사람 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얼음 성 입구를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얼음성 안 조명들이 더해져서 만항재에 이은 겨울왕국 2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드레스도 입어야 하나.. ㅎㅎ


얼음으로 조각된 트리가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한다.


거대한 중국 대륙 만리장성을 표현했는데 정말 거대했다.
산천 시네마가 작다고 생각했었는데 외관상으로는
그냥 평범한 건물이었는데
안이 이렇게 넓고 얼음 조각 작품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정말 상상을 못 했었다.


얼음 맥주병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너무 정교하게 똑같아서.


전통의상을 입은 예쁜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태극마크가 있는 거대한 북도 보인다.


얼음왕국에만 있는 얼음방도 있는데
얼음침대 매트 위에는 양탄자도 깔려 있었다.
앉아보니 생각보다 폭신하고 엉덩이가 전혀 시리지 않았다.


요즘 딱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노란 차에 산타할아버지와 소나무 그리고 선물 콘셉트.
2년 전 얼음 축제였는데 지금 갔다 왔다고 해도 믿지 않을까..
겨울 시즌은 콘셉트만 조금 다를 뿐 사실 매년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얼음으로 만든 집과 울타리 그리고 조명.


올해의 산천어 축제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강원도 화천 주민들은 이 산천어 축제가 그들의 생계수단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에 많이 준비하고 기대했을 수도 있는데 코로나가 많은 것을 잃게 만든 것 같다.
산천어 축제의 장을 직접 봤던 사람으로서 취소는
너무 아쉬운 소식이었다.

2022년은 코로나로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2020년도 겨울에 보았던 산천어 축제와 얼음 왕국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