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가다

2022. 10. 30. 21:19찍고 즐기고

강원도에는 태백산만 떠오르는데 정선에는 억새풀로 유명한 산이 있다.

이름도 정감 있는 민둥산!

가을에는 그곳에서 억새풀 축제를 하는데 올해는 9월 24일부터 11월 13일 까지라고 한다.

주말이 되니 민둥산 억새풀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민둥산은 총 4코스로 갈 수 있는데 두 번째 최단 코스인 1코스로 정했다.

해발 1800미터 이상인 산이다 보니 가파르겠지만 너무 느린 코스는 힘들 것 같았다.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니 싱싱한 토마토를 팔고 있었다. 

이름하여 무인상점.. 올라가는 길에 토마토를 팔다니.. 생각만 해도 무겁다.

 

 

제법 싱싱한 토마토에 눈이 저절로 갔지만, 눈으로 맛있게 먹고 억새풀 보러 고고!

 

 

코스를 한번 보고 많은 인파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제1코스 등산로 초입부터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생각보다 가파랐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찼으며,

앞서 가다가 이탈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숨이 턱까지 차도 이름모를 예쁜 꽃들을 보니 지나칠 수 없었다.

 

 

억새풀 축제를 보러 온건지..온 건지.. 산행을 하러 온 건지..

생각보다 맑고 더운 날씨에 줄줄 흐르는 땀 한 바가지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가파른 산행길을 오랜만에 경험하니

열정을 엄청 불탔지만 몸뚱이는 따라주지를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산행 좀 할걸 후회하며 억새풀 하나만 생각하고 걷고 걸었다.

 

 

등산로 초입부터 한 번을 안 쉬고 계속 걷다 보니 민둥산 정상까지 40분이라는 푯말과 함께 

휴게소를 발견했다.

 

휴게소에서는 음료와 물, 전과 막걸리도 팔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물도 마시고 갈증해소를 위해 가져온 코코넛워터를 벌컥 들이키고 정상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

 

 

민둥산을 오르는 길은 힘들었지만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예술적인 날씨와 어울릴 억새풀과 카르스트 지형인 돌리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

 

 

걷다보니 조금씩 억새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축복받은 날씨에 민둥산 정상까지 다 와 가니 너무 뿌듯했다.

민둥산 정상 오르는 길에 큰 소나무가 보호수처럼 버티고 있었는데 잠시 땀을 식히고 

휴식하기에 좋다 보니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있었다.

 

 

파란 하늘에 멋진 소나무가 어울려 이곳이 정말 한국인가 싶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억새풀에 너무 예뻐서 잠시 숨을 멈췄다.

한국의 민둥산 정상에 이렇게 멋진 억새풀밭이 있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억새풀 양옆 길을 따라 정상을 오르는 내내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 하늘 아래에 보이는 억새풀이든 꽃이든 어떤 것을 보아도 풍경일 수밖에 없다.

줄줄이 긴 등산객 행렬 조차도 풍경이다.

 

 

많은 억새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춤을 추는 것 같다.

 

 

민둥산 정상에 오르자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다들 저 민둥산 정상 비석 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을 서 있었고, 

멀리서나마 한컷으로 만족하고자 했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기에는 갈 곳이 있었다.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작은 민둥산 비석도 비석이기에 이 비석에도 만족하고자 했다.

 

 

여기 왔다는 증거를 남길 기회는 있었다. 

내가 저 옆에 서지는 못했어도 해발 1119m 민둥산 비석을 크게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잠깐의 기회가 있었다.

 

 

석양에 빛나는 금빛 억새와 파란 하늘에 예술적으로 드리운 구름,

그리고 그것을 보러 온 등산객들이 만드는 이 자체가 그림이었다.

 

 

민둥산 정상이 다가 아니었다.

가파르게 쉬지 않고 오른 덕에 등산화를 신었지만 발이 너무 아프고 다리가 저렸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민둥산 정상 뒤에 있는 작은 구멍이 가까운 줄 알았다.

그러나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내려가야 구멍이 가까워지는데

카르스트 지형인 돌리니다. 

 

땅속에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깔때기 모양의 우묵한 지형을 돌리네라고 한다.

민둥산에 돌 리네는 멀리서 작게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큰 우물 같았다.

정상까지 올라온 등산객들은 처음에 가까운 줄 알고 돌리네를 보러 왔다가 더 걸어서 내려가야 하는 것을 아니

사진을 찍고 돌아섰다.

처음부터 이곳이 너무 보고 싶어 아픈 다리를 이끌고 내려왔는데 가까이서 웅덩이 안을 보니 그 깊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빠지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위험한 매력에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싶어 돌리네를 한 바퀴 돌았다.

돌리네 한가운데로 비친 하늘 그림자가 너무 예뻐서 돌리네를 보러 내려온 것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민둥산 억새풀과 돌리네를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은 2코스를 선택했는데 

1코스만큼이나 지옥이었다.

몇천 개인지 알 수 없는 계단을 수없이 내려오며 왜 계단이 관절에 안 좋은 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게다가 등산스틱을 안 가져온 것을 백번이나 후회를 하며 낙엽과 진득한 땅에서 여러 번 미끌어지며 

죽을 위험을 여러번 느꼈다.

민둥산을 갈 때는 꼭 꼭 등산스틱 챙겨야 한다.

등산화는 필수, 등산스틱도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