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년송 보다

2022. 8. 31. 22:44찍고 즐기고

지리산 뱀사골을 지나 지리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와운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마을이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을에는 천년송이 있다.
이 천년송이 너무 보고 싶어서 시작된 걸음이었다.
구름도 누워간다는 와운마을,, 산이 얼마나 높고 골이 깊으면 구름이 누워갈 수 있는 건지
이름이 참 멋진 것 같다.


화개재를 지나 와운마을까지 7.1km
왠지 긴 거리 같지만 천년송을 꼭 보고 오겠다는 일념 하나로 와운마을로 고고 중이었다.


구름이 누워가는 다리를 지나 계속 와운마을을 향해 올라간다.


데크길이 있어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앞에 있는 사람이 걸음이 느리면 걸음이 쳐질 것 같아서
돌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갔다.
한 여름 해가 쨍쨍한 그날에 반팔 셔츠 뒷면이 까맣게 젖다 못해 소금 뿌려진 듯 하얗게 될 때까지
쉼 없이 땀을 흘리며 걸었다.
이래서 여름 산행이 힘든 건가 보다.

 


와운마을 입구 다다르기 전에 바위에 핀 꽃도 아니고 바위에 꽂힌(?) , 바위에서 자라는 두 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부부송이라고 부른단다.
부부송을 보고 있자니 모진 세월 꿋꿋하게 버텼을 두 그루의 나무가 주는 부부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드디어 기대하던 지리산 천년송 와운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돌길을 오르고 데크길을 올라 여기까지 왔는데 입구에 있는 나무계단이 난관이었다.
너무 뜨거운 그날에 다 젖은 반팔 셔츠에 땀에 절은 얼굴로 나무계단을 또 오르려니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었다.
입구 너머로 보이는 천년송이 아니었으면 아마 되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나무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는데 어디서 포크송과 함께 통기타 소리가 들렸다.
천년송을 오르는 나무계단 왼쪽으로 작은 라이브 카페가 있었고
걸쭉한 보이스로 통기타를 치시는 가수님도 계셨다.
천년송을 보며 기타 연주를 듣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땀을 식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내 목표는 라이브 카페가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가니 천년송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천년송 할아버지 나무가 그 멋진 자태를 고스란히 뽐내고 있었다.

 


한걸음 두 걸음 계단을 오르면서 천년송 나무를 계속 쳐다보게 된다.

 

 

천년송 나무에서 왠지 모를 곧은 기상과 절개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깊은 산골 마을에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는 보호수였을 천년송 나무..

역시 보러 오길 잘한 것 같다.

 

 

천 년 소 나무까지 이르니 나무 너머로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사는 와운마을의 지킴이 나무가 아닌가 생각된다.